Insights
KR Decarbonization Magazine
VOL.01 | WINTER 2022
온실가스 규제와 친환경 연료 선택
기술영업지원팀 임성환 상무 |
탈탄소화라는 변화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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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규제 강화와 함께 깊어지는 선주들의 고민거리
환경 규제의 점진적인 강화 및 금융·해상보험 업계의 해운 탈탄소화 드라이브, 사회적 압력, 다른 연관 산업의 탈탄소화 움직임 속에서 이제 신조선을 발주해야 하는 선주들은 어떤 연료를 신조 선박의 주연료로 결정해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이다.
현재까지의 신조 발주 추세를 살펴보면, LNG선이나 LPG선, 메탄올 운반선 같은 전용선은 대부분 운송 화물을 이용한 연료를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컨테이너선, 벌크선, 탱커선 등의 경우, 현재 선박에 적용 가능한 저탄소 연료인 LNG를 선택한 비율이 20% 내외로, 해당 선박의 선주들은 아직은 신중한 입장이다. 이는 무탄소 연료에 대한 기술, 규제, 공급망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 선택을 하기보다는 제반 불확실성이 해소된 후 필요한 무탄소 연료로 변경을 위한 투자를 하겠다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탈탄소화’라는 큰 변화 속에서 초대형 선사들조차 메탄올 추진선 발주와 LNG 추진선 발주 등 여러 선택지 사이에서 자사에 맞는 나름의 방향을 정하고 연료의 공급망 자체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렇듯 미래 연료에 대한 다양한 선택이 있지만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하나의 답은 아직 없다. 규제 지정과 기술 발전의 정도를 계속 지켜보아야 할 것이고 이 다양한 기술들과 옵션들을 접목해서 각 선사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경제성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가장 경쟁력 있는 대체 연료는?
이에 따라 신조 도입을 계획 시 규제의 변경 가능성까지 포함한 전체적인 경제성 평가가 어느때 보다 중요하다. 특히 탄소세(CARBON TAX) 및 배출권 거래제(ETS: Emission Trading System)를 포함하는 시장기반조치(Market Base Measures) 뿐만 아니라 연료의 전 과정(LifeCycle) 관점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고려사항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메탄올 연료를 선택한 선사는 현재 선박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LNG보다 많을지라도 전 과정 관점에서 녹색 메탄올을 사용함으로써 탄소중립을 실현고자 한다. 이 경우 녹색 메탄올 확보가 필수요건이지만 초대형 선사를 제외한 일반 선사들이 녹색 메탄올을 확보하는 것은 아직까지 쉽지 않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신조 발주 선사들의 현실적인 고민은 ‘지금 LNG 연료를 선택할 것인가’일 것이다. 즉 탈탄소화 요구가 계속적으로 증가하는 시점에서 당장 적용 가능한 저탄소 연료인 LNG를 선택하느냐, 아니면 기존 전통연료를 사용하되 암모니아 같은 좀 더 진보한 대체 연료의 사용을 대비하여 대체 연료 Ready 선박을 발주하느냐의 결정이다.
현재 신조를 해야 하는 선박은 LNG 연료 수급이 가능하다면 비록 초기 CAPEX 비용이 크지만 LNG 적용이 더 나은 선택일 것이다. LNG 연료 적용을 주저하는 요인을 꼽자면 크게 초기 비용에 대한 부담과 저탄소 연료인 LNG의 추가적인 환경 규제 제약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대체 연료가 경쟁력을 갖고 상업화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에, 신조선의 대체 연료 적용이 어떤 형태로든 필요한 상황에서는 비용과 규제 정책적으로 LNG가 가장 앞선 대안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비용 측면에서 LNG 적용에 따른 CAPEX은 과거 신조선 가격의 추가 30% 정도였으나 LNG 추진선의 보급 확대로 현재는 10~20%까지 줄어 들었다. 원가 등을 고려하였을 때 앞으로 더 낮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향후 개조하더라도 필연적으로 신조 설치 대비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현재 LNG나 LPG 연료 선박만 보더라도 개조시에는 신조시의 추가 비용 대비 약 2배 가까운 비용이 소요된다.
규제 측면에서는 여러 조치들이 현재 거론되고 있으나 LNG에 대한 규제 강도는 전세계 해운 분야 환경 규제의 척도가 될 가능성이 큰 EU ’Fit for 55’ 입법안의 FeulEU Maritime을 통해 엿볼 수 있다. FuelEU Maritime은 연료의 전과정 배출량 기준으로 산정된 연료별 온실가스 배출 비율을 제한하는 규제로, LNG 추진선의 경우 상당기간 벌금없이 운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LNG 같은 저탄소 대체 연료를 과도기적 연료(Transitional Fuel)로 판단하고 중기적 관점에서 사용을 허용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재생에너지 기반 무탄소 대체 연료의 사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LNG 사용이 메탄슬립과 LNG의 생산 과정까지 고려하면 결코 친환경 연료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러한 비판에 대응해 LNG를 향후 전생애 주기 관점에서 탄소중립 연료인 바이오 LNG나 합성 LNG로 전환한다는 해결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바이오 LNG 및 합성 LNG 연료로의 전환을 위해 생산 및 공급망을 형성하는 프로젝트도 동시에 진행 중에 있다.
그럼에도 여러 여건상 LNG 연료를 신조 시점에서 적용할 수 없다면, 차선책으로 대체 연료 READY 선박의 발주가 고려되어야 한다. 이때 꼭 주의해야 할 사항으로는 신조 건조시 향후 개조를 염두에 두고 개조시 추가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준의 Ready 선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대체 연료 사용에 앞서 높은 비용의 대체 연료 사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풍력보조장치, 공기 윤활 시스템, 폐열 회수 시스템 같은 기술적으로 적용 가능한 에너지 저감장치도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운항적 측면에서도 속도 및 항로, 선체 클리닝 등의 관리를 통한 최적 운항 조치가 수반되어야 한다. 즉 이 모든 기술을 적절히 통합하고 적용한 후, 가장 경쟁력 있는 대체 연료를 적용하는 것이 해운의 탈탄소화를 위해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된다.
탈탄소화 시대에 필요한 협력의 길
탈탄소화에 대한 요구는 피할 수 없으며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탈탄소화 또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큰 변화 속에서 선주사, 조선소 등 관련 산업 관계사들의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규제, 경제, 해상물동량, 에너지 산업의 발전 방향, 기술 개발 정도 등이 모두 불확실성이다. 이런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탈탄소화 시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조선 산업과 해운산업, 기자재 산업 등 관련된 산업계 및 학계 간 긴밀한 협조가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한국 선급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각계와의 협업과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암모니아 추진 선박, 수소 운송 선박, 바이오 연료 및 각종 대체 연료 등에 대한 공동연구와 국가주도 연구과제 참여 및 관련 규칙과 기준 제정 등의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런 활동들을 바탕으로 친환경 연료 선택을 위한 고민들을 함께 하고 불확실성에 대한 대책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동반자로서의 한국선급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선박 연료와 전 과정 평가
국제업무팀 하승만 책임 |
탄소중립의 친환경성을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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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공급-사용까지 아우르는 전 과정 평가 (Life Cycle Assessment)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국제해사산업계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선박의 친환경 대체 연료의 사용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암모니아, 수소, 전기 추진 등의 무탄소 연료와 더불어 바이오 연료 등의 사용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목받은 대체 연료들의 '친환경성' 과 ‘지속가능성’을 평가 시, 전 과정(Life Cycle) 관점에서 연료 생산 방식에 따라 기존 화석 연료 사용 시보다 환경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천연가스 개질 방식에 의한 수소 연료의 경우, 생산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기존 전통 연료인 HFO와 비교 시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현재 IMO의 선박 에너지효율지수인 EEOI, AER, EEDI 및 EEXI는 선박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만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선박 연료의 지속가능성과 포괄적인 환경 영향을 평가하는 데 한계를 가지고 있다.
전 과정 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란 어떤 제품이나 공정의 전 과정에 걸쳐서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과 배출되는 물질들의 양(예: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량화하여 이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예: 지구 온난화)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환경 영향 기법을 말한다. 다음 그림과 같이 HFO 연료를 기준으로 예로 들면, HFO 원료가 되는 원유를 산지에서 추출하고, 원유 운반선을 통해 국내로 수송하고, 정유 공장에서 HFO로 정제하고, 파이프 라인을 통해 벙커링 선박 또는 육상 벙커링 시설로 분배한 후 선박에 벙커링하는 일련의 과정(WtT: Well-to-Tank)과 선박에서 연료를 사용하는 과정(TtW : Tank-to-Wake)이 합쳐진 Well-to-Wake(WtW) 과정을 ‘전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전기 추진 선박의 경우에는 석탄, 천연가스 등의 원료를 산지에서부터 추출, 가공 및 운반하는 과정을 통해 발전소까지 공급되고, 전기를 생산하고 송배전을 거쳐 선박에 충전될 때까지의 WtT 과정과 선박에서 전기를 사용하는TtW 과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러한 LCA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 온난화 외에 자원 소모, 오존층 고갈, 광화학산화물 생성, 부영양화, 산성화 등 다른 범주의 다양한 환경 영향도 평가하여 연료의 환경성과 지속가능성을 포괄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탄소 중립 흐름과 LCA 접근
더욱이, 국제해운 분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탈탄소화 및 탄소 중립의 흐름은 피할 수 없는 새로운 규범으로 자리 잡고 있다. 탄소중립의 친환경성을 총체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전 과정 중 어떤 단계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지와 환경 오염물질을 배출하는지를 식별 및 개선할 수 있는 LCA 접근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LCA 접근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SDGs: United Nation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탄소국경세(Carbon Border Tax) 등에 직간접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국제해운의 선박 연료의 지속가능성 평가를 위한 활용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더욱 그 중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26)에서 클라이드뱅크 선언을 통해 시도된 탄소 중립을 위한 녹색 해운 회랑(Green Shipping Corridor)의 구축은 LCA접근이 반영된 대표적인 예시로 볼 수 있다.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26)
© UNclimatechange (www.flickr.com/photos/unfccc)
IMO에서도 현행 선박 에너지효율지수 평가 방식의 한계를 인식하고, 지속가능한 친환경 선박 연료의 도입을 장려하기 위하여 선박 온실가스 감축 초기전략 중 단기조치로서 ‘선박 연료의 전 과정 GHG·탄소집약도 지침서’ 개발 작업을 포함한 바 있다. 해당 작업을 통해 IMO는 선박 연료의 ‘Well-to-Wake’에 해당하는 전 과정 동안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량화하기 위한 방법론과 관련 지침을 개발하고자 했다.
IMO논의 초기 당시 일부 국가에서는 LCA 프레임워크가 국제해운의 범주를 벗어난다는 이유로 도입을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지만, 현재는 전 과정 온실가스의 감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지침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0년에 발효된 황 함유량 규제 역시 육상의 연료 공급자가 황 함유량의 규제치를 만족하는 연료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국제해운 범위 밖의 규정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에서 LCA프레임워크와 유사한 사례임을 주목해야 한다.
‘선박 연료의 전 과정 GHG·탄소집약도 지침서’ 개발이 미칠 영향
현재 LCA 지침서는 IMO에서 통신작업반 개설을 통해 개발 작업 중에 있으며, 2023년까지 초안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다. 특히, 연료별 WtT 및 TtW 기본 배출계수 값을 개발하되, 기본값보다 더 나은 배출계수 값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인증체계가 지침서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지침서의 개발과 동시에 개발된 배출계수를 IMO 규정으로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더욱 활발히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LCA 지침서 개발의 논의 결과와 다른 IMO 온실가스 규제와의 조합 가능 여부에 따라, 선박 연료의 전 과정 온실가스 평가는 미래 연료의 선택에 있어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의 적용은 연료 비용 증가 등 해운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우리 한국선급은 지속가능한 선박 연료의 도입에 필요한 제도 정비, 기술 개발, 선급 부호 개발 등을 위해 산업계 및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고 있다.
EU Fit for 55 도입과 전략적 탈탄소 대응
기관기자재연구팀 김진형 수석 |
EU Fit for 55 발표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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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기후법 목표 달성을 위한 EU Fit for 55 패키지 법안
유럽 그린딜 제안 이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European Commission)는 2021년 7월 EU Fit for 55 패키지 법안을 발표하였다. Fit for 55는 유럽 기후법의 중기 감축목표(1990년 대비 2030년까지 최소 55% 감축) 달성을 위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되는 여러 입법 제안사항의 패키지를 의미하며, 국제해운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은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ETS: Emissions Trading Scheme) 및 해상연료 기준(FuelEU Maritime)이다.
해운산업의 또 다른 난관, 재정적 조치 EU ETS
배출권거래제(ETS)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권리를 배출권으로 사고팔 수 있는 제도이다. EU ETS는 육상산업(2005년) 및 항공산업(2012년) 분야에 적용 중이며, 금번 Fit for 55 패키지의 EU ETS 개정 제안 중 하나로 2024년부터 해운산업에 EU ETS를 확대 적용하는 제안이 포함되어 있다. EU ETS 개정을 위해 2022년 10월 현재 EU 집행위원회, 의회 및 이사회가 참여하는 삼자 회합(Trilogues)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2년 말 또는 2023년 초에 의견 조율이 완료되어 채택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U ETS의 역할
© EU Council
해운 분야 EU ETS는 EU 항만에 기항하는 5,000GT 이상 선박의 온실가스(CO2, CH4, N2O) 배출량에 적용된다. 기존 다른 산업 분야에 적용되는 방식과 달리 배출 허용량 설정 없이 EU 항만에 기항하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상응하는 배출권을 모두 구매하여 EU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즉, 오염자 부담 원칙에 입각한 규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은 EU의회 채택안 기준으로 2024년부터는 EU 역외 배출량의 50% 및 EU 역내 배출량의 100%를 대상으로 하고, 2027년부터는 EU 역외 및 역내 모두 배출량 100%를 대상으로 한다. 배출권의 거래는 배출권거래제소에서 장내매매를 하거나 직거래를 통한 장외매매 방식으로 거래할 수 있으며, 거래 단위는 온실가스 배출량 1톤(tonne CO2eq, 이산화탄소 환산톤으로)이다. 배출권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 등 여러 요인에 의하여 가격 변동성을 가지며, EU 배출권의 가격은 약 66유로(2022년 10월 11일 기준)에 거래되고 있다. EU 당국에 배출권을 제출하지 못한 경우에는 제출하지 못한 배출량의 1톤당 100유로의 벌금이 부과되고, 다음 연도에 배출권으로 제출하여야 한다.
© ICE(Intercontinental Exchange)
2021년 EU MRV 보고 데이터 기준으로 EU ETS 적용 대상 선박은 전 세계 12,131척이며, 배출량은 CO2 배출량 기준으로 EU 역외 50% 및 역내 100% 기준 0.82억톤, EU 역외 및 역내 모두 100% 기준 1.25억톤이다. 이를 토대로 배출권 가격 톤당 66유로를 적용하면 EU 역외 50% 및 역내 100% 기준으로는 연간 54.4억 유로 및 EU 역내외 모두 100% 기준으로는 연간 82.2억 유로의 비용 발생이 추산된다. 동일한 기준으로 대체 연료 선박 도입에 따른 배출권 비용에 대한 경제성을 함께 분석해보았으며, 세부 방법론은 다음과 같다. 먼저 HFO 기준 연간 3,000톤을 사용하는 선박을 기준으로 각 비교 대상 연료의 발열량을 적용하여 연료별 연간 사용량을 도출하였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연료별 CO2 배출계수를 적용하여 CO2 배출량을 EU 역외 50% 및 역내 100% 기준과 EU 역내외 모두 100% 기준으로 산정하고, 배출권 가격 톤당 66유로 및 환율 1,390원/유로를 적용하여 연료별 배출권 비용을 산정한 결과는 다음 그래프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분석되었다. 동 분석 자료를 기반으로 대체 연료의 가격 및 대체 연료 선박으로의 대체 건조 비용을 고려한 통합적인 경제성을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친환경 연료 사용 의무화의 시작, FuelEU Maritime
2025년부터 시행이 예상되는 FuelEU Maritime은 해상 운송에서 재생 가능한 연료 또는 저탄소 연료 사용을 촉구하기 위한 규정이다. EU 항만에 기항하는 선박의 온실가스 집약도 제한을 2050년까지 점차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친환경 선박 연료 수요를 자극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온실가스 집약도는 연료의 전 과정 배출량(WtW: Well-to-Wake)을 기준으로 산정된 온실가스 배출 비율을 나타내는데, 연료가 생산되는 과정부터 공급되는 과정까지의 배출량(WtT: Well-to-Tank) 및 연료를 사용하는 과정에서의 배출량(TtW: Tank-to-Wake)을 모두 포함한다. 온실가스 집약도의 기준치보다 높은 연료를 사용한 경우, 기준치 대비 선박에서 사용한 연료 종류별로 계산된 차이 값에 연료 사용량을 토대로 일정 금액을 곱하여 벌금을 계산한다. 온실가스 집약도 기준치는 2025년부터 5년 단위로 단계적으로 강화될 예정이다. FuelEU Maritime 입법안은 2022년 10월 19일자로 EU의회 본회의 채택안이 가결되었으며 다음으로 EU 집행위원회, 의회 및 이사회가 참여하는 삼자 회합(Trilogues)을 진행할 예정이다. EU 의회 본회의 채택안을 기준으로 온실가스 집약도 기준치는 2020년 EU MRV 기준값을 토대로 2025년부터 –2%, 2030년부터 –6%, 2035년부터 –20%, 2040년부터 –38%, 2045년부터 –64%, 2050년부터 –80%까지 점진적으로 강화된다. 이와 함께 2030년부터는 비(非)바이오 기반 재생 에너지 연료(RFNBO: Renewable Fuels of Non-Biological Origin)를 선박의 총 에너지 사용량의 2%까지 의무 사용해야 하는 규정 및 컨테이너선과 여객선은 EU 항만 2시간 이상 정박하는 경우 육상 전력 또는 무배출 발전시설을 의무 사용해야 하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포괄적 탈탄소 대응을 준비할 때!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2030년까지 최소 55% 감축하겠다는 EU의 의지를 담은 Fit for 55는 궁극적으로 해운 분야 내 탈탄소화를 본격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수소, 암모니아, 메탄올 등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선박 개발을 가속화시키고 이에 따라 차세대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EU의 규제는 향후 국제해사기구(IMO) 협약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으며, EU에서는 Fit for 55 외에도 추가적인 다양한 기후 변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친환경 기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글로벌 규제에 대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는 EU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규제가 보여 준 방향성은 국제해운이 탄소중립을 위한 비즈니스적 변화를 준비해야 하며, 전략적 선택의 순간 또한 머지않다는 점이다. Fit for 55 규제 대응을 위해서는 암모니아, 메탄올 등 미래 친환경 선박체제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하며, 이들 선박이 시장에서 진가를 발휘하려면 단순한 친환경 선박 건조를 넘어서야 한다. 이는 곧 생산-제조-사용 전 단계에 걸친 중장기적 탈탄소화 감축 목표 달성과 선박의 생애주기, 대체 연료의 가격, 공급 안정성, 인프라 구축 여부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한 포괄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재정적 조치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규제 대응 방식에서 탈피한 재정적 전략 및 포괄적이고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대응 역량 강화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해사업계의 탈탄소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산업을 구성하는 각 기관의 이해관계자 참여와 협업이 수반되어야 한다. 탈탄소화로 전환하기 위해 많은 선사들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을 분리해서 개별 선사, 조선소, 선급 또는 특정 산업에 제한해 추진하게 되면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견지 하에 한국선급도 Fit for 55 영향력 분석은 물론, 탈탄소화 대응을 지원할 기술 솔루션 개발과 다양한 협업 활동 등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대형 조선소, 선주, 에너지 기업들과 공동연구를 추진한 결과,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선, 암모니아 추진 대형 가스운반선(VLGC) 등 대체 연료 선박 및 추진시스템 개발에 성과를 내며 상용화를 위한 기술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또한 국제·지역 온실가스 규제의 통합적 지원을 위한 EEXI 및 CII 대응 시뮬레이션, EU ETS 규제 이행을 위한 탄소배출권 정보 및 비용관리 솔루션 제공 등 폭넓은 기술 서비스를 통해 산업계 간 협업체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향한 기술적 전환은 이제 취사 선택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명백한 우리 시대의 과제다. 이제는 실질적인 행동과 실천을 위한 ‘속도’와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비록 현재 논의되고 있는 규제적, 기술적, 경제적 불확실성이 크지만 EU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해운에 대해 탈탄소화 달성 의지와 목표가 확고하기에 우리는 상생적 협업을 통해 포괄적이고 유연한 탈탄소화 대응책 마련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