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KR Decarbonization Magazine

VOL.14 | OCTOBER 2026

해운 탈탄소 규제의 불확실성,
그리고 해사산업계의 준비와 대응


지난해 IMO Net-Zero Framework의 최종 채택 논의가 연기된 이후, 국제사회는 새로운 합의를 모색해 왔습니다. 오는 11월 말 개최되는 MEPC 85와 이어지는 논의에서는 그동안 제기된 다양한 우려와 수정 요구를 바탕으로 IMO Net-Zero Framework의 향방이 다시 논의될 예정입니다. 현재로서는 기존안의 유지, 일부 조정 또는 추가적인 일정 변화까지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어 그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IMO Net-Zero Framework를 둘러싼 이러한 불확실성이 해운 탈탄소의 방향과 흐름 자체가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EU ETS와 FuelEU Maritime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관련 제도는 적용범위와 이행체계를 더욱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 다룬 FuelEU Maritime의 첫 번째 Compliance Cycle 역시 규제가 실제 선사의 운항과 비용, 연료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단계로 들어섰음을 보여줍니다. 첫 이행연도에는 Pooling이 대표적인 의무준수 수단으로 자리 잡았고, Surplus 거래 역시 실제 시장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탈탄소를 요구하는 주체도 규제기관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자동차 OEM을 비롯한 글로벌 제조기업과 화주들은 공급망 전반의 온실가스 감축과 ESG 이행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해상운송의 탄소배출 성능 역시 점차 중요한 경쟁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금융시장에서도 ESG를 투자와 대출의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선사와 조선소의 탈탄소 전략은 자금조달과 투자 판단 측면에서도 점점 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결국 해운 탈탄소는 IMO의 단일 규제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EU를 비롯한 지역 규제, 글로벌 화주의 공급망 요구, 금융시장의 ESG 요구, 그리고 기술과 시장의 변화가 함께 이끌어가는 흐름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았습니다.

먼저 Insights에서는 해양 SMR 기술의 고려사항과 국제 규제 동향을 다루었습니다. 해양 원자력은 운항 중 직접적인 CO₂ 배출이 없는 에너지원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탈탄소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원자로와 선박의 통합설계, 해양환경에서의 안전성, 규제와 인허가 체계, 운영 인프라와 사회적 수용성 등 다양한 과제를 함께 해결해야 합니다. 특히 IMO의 Nuclear Code 개정 논의와 IAEA의 ATLAS 프로젝트 등 국제적인 제도 정비가 본격화되면서, 해양 원자력은 기술개발을 넘어 실제 적용을 위한 규제체계 구축 단계로 점차 이동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Insights에서는 FuelEU Maritime의 첫 번째 Compliance Cycle을 분석했습니다. 첫 이행연도에서 Pooling이 대표적인 의무준수 방법으로 자리 잡으면서 규제준수와 비용 최적화가 실제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현재의 낮은 감축목표와 Surplus 공급 여건만을 기준으로 중장기 연료전환 전략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앞으로 감축목표가 단계적으로 강화되고 RFNBO 사용 의무와 정박 중 무공해 에너지 사용 요구가 확대될 경우, 대체연료와 에너지효율 기술에 대한 투자 판단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 호 인터뷰에서는 LNG의 대표적인 과제인 메탄슬립 저감 기술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LNG가 여전히 현실적인 전환연료로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CO₂뿐 아니라 CH₄까지 규제에 포함되면서 메탄슬립 저감 성능은 LNG 추진선과 엔진의 온실가스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엔진 방식과 운전조건에 따른 메탄슬립 특성과 이를 줄이기 위한 기술적 대응은 앞으로 LNG의 역할을 결정하는 핵심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특히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이번 호 인터뷰를 통해 LNG 엔진과 메탄슬립 저감 기술에 대한 깊이 있는 경험과 통찰을 나누어 주신 HD현대중공업 강민호 전무님께 특별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산업 현장에서 축적된 기술개발 경험을 공유해 주신 덕분에 이번 호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Regulatory Updates에서는 최근 제안된 EU 해운 탄소규제 개정 방향을 살펴보았습니다. EU는 EU MRV를 공통 데이터 및 검증 기반으로 확대하고, 이를 중심으로 EU ETS와 FuelEU Maritime의 이행체계를 보다 일관되게 정비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선박에 대한 적용범위 확대와 함께 IMO의 글로벌 조치가 도입될 경우 양 제도 간 정합성과 이중부담 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절차도 제안하고 있습니다.

Inside KR에서는 해운 탈탄소를 실제 프로젝트로 구현하기 위한 KR의 다양한 활동을 소개합니다. 해외위원회를 통한 글로벌 고객과의 소통, 세계 최초 상용 암모니아 추진선의 성공적인 인도와 이를 기반으로 한 녹색해운항로 구축 협력, 풍력보조추진 LNG운반선 공동개발, 그리고 LNG 벙커링선 공동개발 등은 규제 대응을 넘어 새로운 탈탄소 기술과 서비스를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IMO Net-Zero Framework의 향방은 아직 불확실합니다. 규제의 형태나 시행 시점은 달라질 수 있고, 기술의 선택 역시 경제성과 시장 여건에 따라 변화할 것입니다.

하지만 해운 탈탄소를 준비하는 방법까지 불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EU의 규제는 이미 현실이 되었고, 자동차 OEM과 글로벌 화주의 공급망 탄소감축 요구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금융시장 역시 ESG를 기업과 프로젝트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규제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규제와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과 역량, 그리고 선택지를 미리 확보하는 것입니다.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를 기다리기보다, 어떤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KR 친환경선박해양연구소장   송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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